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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가볼만한 곳

송광사를 아시나요

by 사진가 미소 2024. 5. 7.

송광사에 들어 해질녘의 법고와 범종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다면, 저녁 예불 시간 고즈넉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그윽한 예불과 축원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면 송광사를 보았다 말하지 말라.
새벽 3시 대웅전 앞마당을 돌면서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키고 산사의 하루를 시작하는 도량석과 저녁 6시 40분 저녁예불 전 법고의식은 경건한 기대와 설렘을 선사한다.  몇 분의 스님께서 돌아가며 법고를 치기 시작하시는데 마치 춤을 추듯 정연하면서도 힘찬 리듬에 눈과 귀를 집중하게 된다. 이어 범종의  타종이 이어지면 깊고도 은은한 종소리의 여운이 어스름의 산사에 울려 퍼지면서 그 장엄함에 비로소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목어와 운판소리까지 마치면  대웅보전 안에서는 일제히 저녁 예불이 시작되고 법당 안팎에 울려 퍼지는 예불문과 반야심경 소리는 경건하다 못해 아름다워서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처님 전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게 된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한없이 낮아지는 마음이다.
 
범종은 유명계(눈으로 볼 수 없는 영)를 제도하기 위해 치는 것이고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을 친다. 북은 나무로 된 북채로 마음심자를 그리며 치며 육지의 동물을 위하여 두드리고, 운 판은 청동으로 만든 뭉게구름 모양으로 허공세계를 날고 있는 수많은 중생들의 안식을 위해 두드리며  목어는 수중 중생들의 한없는 깨달음을 위해 두드린다고 한다. 
송광사 저녁예불 법고의식은 저녁 6시 40분 시작된다.

일주문
사찰의 역사를 설명해주시는 스님
본찰로 들어가는 입구의 삼청교와 우화각으로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육감정. 임경당
침계루
대웅보전
종고루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법고의식

사실, 개인적으로 송광사는 오랜 시간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2000년대 초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둘만의 시간을 계획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여행 초반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의 송광사를 아이와 함께 오르는 길은, 춥고 어둡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숙소 걱정으로 마음이 바빴던 탓에 숨 가쁘게 뛰었던 기억이다.  하룻밤 묵어갈 요량으로 종무소를 찾아 발길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들어보았던 맑은 종소리의 여운이며 정연하게 들려오던 아름다운 예불소리를 따라 대웅전 마당을 서성이던 그 감동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송광사에서의 하룻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차후 사찰을 찾을 때마다 불자가 아니지만 잠시라도 대웅전에 들어 부처님을 뵙고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비사리구시(18새기 후반 느티나무로 만든 대형 용기)
관음전
척추당. 세월각. 고향수(800년된 향나무)
비림
대웅보전
국보 영산회상도와 팔상도

 
그리고 2024, 벌써 몇 번의 송광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친구가 있어 "그곳에 가면 네 생각이 난다며, 그곳은 너랑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몇 번이나 얘길 하길래 올봄엔 신록이 남아있을 때 함께 다녀오자 하여 사흘간의 뜻깊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송광사가 지닌 중요한 가치와  정보도 알게 되고 불자였던 친구 덕분에 몇 번의 예불에 참여하여 불법도 배우고, 긴 여운으로 남아있던 법고소리 종소리 예불소리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사진으로 남기고, 뭣보다 부처님 전에서 마음의 기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나는 일은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공양간 장독대

절밥은 왜 그리 맛도 좋은지 산나물이 제철임을 가만하더라도 평소 늦은 아점을 고집했던  금기를 깨고 새벽 5시 50분에서 6시 15분까지만 시작하는 짧은 아침 공양시간을  놓칠세라 알람까지 해놓으며 세끼 공양을 빼놓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템플스테이관

고즈넉한 우중의 산사에서 드물게 만나는 숙소의 창 밖 풍경을 만끽하며 계곡물소리, 빗소리, 낙숫물 소리 벗하여 여유롭고 힐링되는 시간을 보내고 왔으니 그 기운이 충분한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언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벗이 있으니 그 또한 세상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이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 소중한 나의 벗이여!

2024.4.29.법고의식 장면

Photo /2024. 04. 28~30 우중의 송광사

/여행 Tip
송광사를 대표하는 정신은 목우가풍(牧右家風)이다. 말과 행동을 절제하며 소처럼 묵묵하게 정진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절풍으로 송광사를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한다.
 
전라남도 순천시 조계산 기슭에 위치한 사찰로 사적 제506호이다.
신라말 혜린선사가 송광산에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것이 시초이며 고승 보조국사 지눌이 이곳에서 정혜결사를 도모했다 전해진다.
 
불교에서는 값진 보배로 세 가지를 꼽으며 그 세 가지는 부처님(佛), 가르침(法), 승가(僧)이며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는 이른바 삼귀의가 세상 어떤 것 보다 보배롭고 소중하다는 뜻이다.
법보사찰(팔만대장경) 합천 해인사, 불보사찰(진신사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승보사찰(수계사찰)  송광사는 한국 불교의 "삼보사찰"로 손꼽힌다. 큰 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승보사찰이 되었다고 한다.
 
송광사는 풍경과 석탑 석등이 없는 게 특이하다. 그 이유는 송광사터가 연화부수형으로 무거운 석탑을 세우면 가라앉는다는 의미 때문이다. 3가지 명물로는 "비사리구시"라 불리는 커다란 나무밥통 "능견난사"라고 하는 음식을 담는 그릇들, "쌍향수"라는 향나무가 있다. 국보로는 목조삼존불감, 화엄경변상도, 보물 16국 사진영, 경패 대방광불화엄경소 경판 등이 송광사 성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안길 100